
[한터뉴스 = 강수영 기자] K팝 가사 속에 스페인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르세라핌은 지난 5월 25일 발매된 'BOOMPALA'의 가사 "Saving the shame for mañana"에 스페인어를 담았다. mañana는 스페인어로 내일이라는 의미로, 이 표현은 곡에 샘플링된 '마카레나'를 비롯해 라틴 하우스 장르의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에스파의 'LEMONADE'는 "Muchas gracias mi amor"라는 가사를 포함했다. 닝닝은 지난 5월 컴백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에 스페인어 파트가 있는데 번역기를 계속 돌리면서 발음을 체크하며 녹음했다"고 밝힌 바 있다. 보이넥스트도어의 'ADIOS!'는 제목부터 스페인어다. 뜻대로 되지 않는 하루 끝에서 미련을 털어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Adios'라는 스페인어 인사말로 표현했다. 에이티즈(ATEEZ)의 신곡 'BAD'는 후렴 가사 "She's so BAD"를 스페인어식 '받'으로 발음했을 뿐 아니라 가사 곳곳에도 스페인어가 등장한다. "Tú me tienes loco, toda la noche(넌 나를 미치게 해, 밤새도록)", "tan lento, ritmo peligroso(아주 느리게, 위험한 리듬)", "señorita(아가씨)", "La Victoria(승리)" 등 라틴 감성을 담은 단어와 구문이 곡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 라틴 팝과 브라질리언 펑크 요소를 결합해 남미 여름 축제 분위기를 연출한 'BAD'의 사운드적 특징과 완벽하게 맞물렸다.
사실 K팝에 스페인어 가사가 등장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여자친구는 2015년 7월 발매한 '오늘부터 우리는 (Me gustas tu)'에서 "Me gustas tú(당신을 좋아해요)"라는 가사를 선보였고, 엔믹스(NMIXX)는 2022년 데뷔곡 'O.O'부터 'DICE', 'Soñar' 등 꾸준히 다양한 곡에서 스페인어를 활용해왔다.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도 2024년 7월 발매한 아홉 번째 미니앨범 'ATE'의 타이틀곡 'Chk Chk Boom'에서 "Vamos(가자)", "Lobos(늑대들)", "My amigo(나의 친구)", "La Vida Loca(미친 인생)" 등 스페인어 단어와 구문을 가사 곳곳에 녹여냈다.
그렇다면 최근 스페인어 가사가 K팝에 유독 연이어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배경은 라틴 사운드가 글로벌 팝의 주류가 됐다는 점이다. IFPI 글로벌 뮤직 리포트 2026에 따르면 라틴 아메리카는 2025년 17.1% 성장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음악 시장이었고 16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스포티파이에 따르면 10년 전 전체 스트리밍의 8%에 불과했던 라틴 음악은 현재 전 세계 스트리밍의 27% 이상을 차지한다. 올해 초 푸에르토리코 뮤지션인 배드 버니의 'DtMF'는 빌보드 핫100 1위에 올랐다. 스페인어 곡이 이 차트 정상을 차지한 건 빌보드 역사상 네 번째이며, 솔로 아티스트 단독으로는 최초였다. 그는 스페인어로만 전곡을 부른 슈퍼볼 하프타임 쇼 최초의 뮤지션이기도 했다. 스페인어와 라틴 사운드는 이제 특정 지역의 언어가 아니라 글로벌 팝의 공용어 중 하나가 됐고, K팝은 그 흐름을 흡수하고 있다.
두 번째는 K팝 그룹들의 라틴 시장 직접 공략이 본격화됐다는 점이다. 에이티즈는 9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페스티벌 'Rock in Rio' 출격을 앞두고 있고, 스트레이 키즈는 라이브네이션과 JYP엔터테인먼트가 공동 기획한 신규 페스티벌 'STRAYCITY'를 9월 콜롬비아 보고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멕시코시티에서 개최한다. 엔믹스는 올해 2월 K팝 그룹 최초로 브라질 상파울루 카니발 블록 파티에 참여해 약 200만 인파 앞에 섰고, 같은 달 역시 K팝 아티스트 최초로 칠레 '비냐 델 마르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엔믹스가 현지에서 선보인 무대에는 'Soñar (Spanish Ver.)', 스페인어 가사가 담긴 'RICO' 등이 포함됐다. 스페인어 가사는 이 시장을 향한 친밀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K팝 가사 속 스페인어가 늘어나는 데는 두 가지 힘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라틴 사운드가 글로벌 팝의 주류가 된 흐름, 그리고 K팝이 라틴 시장을 직접 공략하기 시작한 흐름. 가사 한 줄에 담긴 스페인어는 그 두 흐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나왔다.
grace@hanteo.com
관련 기사
눈부신 ‘골든 아워’…에이티즈, 2주 연속 한터차트 석권
스키즈 이름 건 페스티벌, 라틴 아메리카에서 열리는 이유 [HT초점]
[HT인터뷰] 문 두드리던 보이넥스트도어, 결국 집 찾았다…정규 1집 ‘HOME’ 발매 (종합)
가사에 깃든 반야심경…르세라핌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HT초점]
[HT현장] 에스파, 이번엔 쇠맛 아닌 신맛…정규 2집 여름 정조준 (종합)
![아홉 제이엘 "트로피 받을 때마다 행복…이번에도 음악방송 1위 하고파" [HT현장]](/_next/image?url=https%3A%2F%2Fresource.hanteonews.com%2Fcontent%2Fpost%2F2026%2F07%2F08%2Ff6497c13-1379-4ade-844b-d5da66f797d3.jpg&w=3840&q=75)
![아이들 소연, 솔직 고백…"사실은 1위 하고 싶다" [HT현장]](/_next/image?url=https%3A%2F%2Fresource.hanteonews.com%2Fcontent%2Fpost%2F2026%2F07%2F06%2F433fc099-780d-4fca-a8b5-d1b2adbfcd84.jpg&w=3840&q=75)


![에이티즈·트레저·보넥도·라이즈, 6월 밀리언셀러 4팀이 말해주는 것 [HT초점]](/_next/image?url=https%3A%2F%2Fresource.hanteonews.com%2Fcontent%2Fpost%2F2026%2F07%2F01%2F76713a34-6aa1-4a89-84cb-9a39ab596796.png&w=3840&q=75)